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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싱가포르] 인턴십 2개월차 (21/10/27)
관리자 / 2023-02-02
[21년 10월 27일 수요일]
오늘은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날이었다. ㅋㅋ 지금 생각하면 에라이 하는 정도의 사건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상당히 서러웠던 것 같다. 카운터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회사 내에서 실시하는 코로나 테스트를 한다고 나와 니키(새로 생긴 서비스 앰배서더 직책의 유일한 동기) 둘만 남겨두고 갔었는데 그 사이에 한국인 부부가 왔었다. 한국말을 쓰니까 니키가 나보고 응대하라고 해서 응대를 하는데 용건은 전에 주문한 티셔츠 12장을 찾으러 온 것이었고 나는 그 티셔츠의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일단 직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봤다. 하지만 샵 재고 창고에는 수많은 셔츠 재고와 박스들이 있고 그 중에서 손님이 찾는 셔츠를 내가 찾기란 불가능했다.. 그리고 나랑 통화한 직원은 그가 계산을 아직 안 했으니 계산을 하고 넘겨줘야 하는데 박스 겉면에 얼마인지가 적혀있다. 박스를 찾아서 계산부터 하라고 주장했고, 손님은 계산 당장 할 테니 바쁘니까 얼른 티셔츠를 내놓으라고 난리였다. 박스를 못 찾는 상황에서 직원이 연락도 안돼서 창고 안에서 혼자 완전 멘붕이었는데 손님이 창고 앞까지 따라 들어와서 자기 시간 없다고 다그치는 바람에 거의 패닉상태까지 갔던 것 같다. 그 때 직원이 5분내로 간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달라고 해서 전했더니 자기는 지금 당장 사무실에 들어가야한다고, 미리 오늘 오겠다고 하고 찾아온건데 왜 바로 받을 수 없냐고 낼 수 있는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는 것 같았다.
그러고 나서 직원들이 도착했고 원하던 티셔츠를 받은 뒤 돌아갔는데 시간이 없다고 발 동동 구르던 사람이 직원들이 오자 완전 평온하게 기다리며 계산을 했고 나한테 한국어로 온갖 짜증섞인 얘기를 할 때와는 달리 영어로는 기분 나쁜 내색 하나 내지 않고 젠틀하게 이야기를 했다. 직원들이 오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안도감이 들어서인지 갑자기 슬슬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는데 직원들이 괜찮냐고 저 사람이 너한테 한국어로 무슨 말 했냐고 물어봐주는거에 감정이 더 북받쳐서 눈물이 나왔다. 그리고 평소에는 한국인 멤버가 오면 종종 한국어로 응대를 했었는데 오늘 내가 한국인임을 알자마자 아.. 하며 태도가 변하면서 영어로는 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기분 나쁨과 짜증을 표출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그 이후로 한국인 멤버가 와도 뭔가 움츠러들게 되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리기가 꺼려졌다.. 그렇지만 카운터 직원 중 한명인 주디스가 종종 저런 손님이 있고, 여기서 일하려면 should be strong 해져야 한다고 말해주는데 뭔가 찡하면서 다들 이런 일들을 수도없이 겪어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앞으로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