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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캐나다] 인턴십 2개월 차 (22/11/03)
관리자 / 2023-02-02
[22년 11월 3일 목요일]
오늘은 Ken이 11개월의 벤쿠버 여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이다. 사실 Ken은 나보다는 Sherin과 더 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배웅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. 그러나 Sherin이 그를 배웅하러 YVR에 갈 것이라는 것을 듣고 나도 같이 가고 싶어졌다. Raghav가 차를 태워줘서 우리 네 명은 함께 차를 타고 YVR에 갔다.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Raghav와 Ken은 서로 함께 했던 추억들을 얘기하며 서로가 많이 보고싶을 것이라고 얘기를 나누었다. 사실 우리 네명이서 놀았던 시간은 절대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네 명이서 놀고 얘기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을 사랑했던 것 같다. 그리고 우리가 넷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져서 더 슬펐던 것 같다. 떠나는 사람은 내가 아닌 Ken인데 나도 많이 울적해졌다. Ken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가 보였던 것 같기도 했다. 이제 나도 약 3개월이 지나면 정든 벤쿠버를 떠나게 된다. 떠날 때 나는 후회와 미련을 느낄 것인지, 후련함을 느낄 것인지 아직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. Ken은 뭔가 후련해보이는 것 같았다. 그는 여기서 일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. 그는 벤쿠버에서의 여정을 잘 마친 것 같다. 내가 꿈꿨던, 이루고 싶어했던 벤쿠버의 삶은 켄의 삶 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.
우리는 템플턴 역에서 내려서 캐나다 라인을 타고 YVR까지 갔다. 눈 앞에 YVR이 보이니 반갑고 들뜨고 그랬다. 공항만 보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. YVR 게이트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픽업차량을 기다렸던 게 불과 두 달 전이라니. 두 달 전의 나는 설렘과 기대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제는 나 스스로 벤쿠버에 조금 닮았음 을 느낀다. (나쁜 의미는 아니고 처음에는 설렘이었다면 이제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인 것 같다.) Ken이 짐을 붙이기 전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약 4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. 처음 Meetup에서 만난 순간부터 함께 했던 얘기들을 나누었다. 사실 우리 넷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고 이미 몇 번이나 나눈 이야기지만, 항상 할 때마다 재밌는 것 같다. Ken과 마지막 포옹을 나누고 공항을 빠져나왔다. 나는 공항이 이렇게 슬픈 곳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. 나에게 공항은 항상 설렘으로 가득 차고 나에게 또 다른 기회와 경험들을 마구마구 가져다주는 곳이었다. 원래 여행은 떠나기 전 공항에서 가장 설레고 재밌는 것이니까 말이다. 하지만 그건 내가 언제나 떠나는 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. Ken은 내 선생님, 남자친구, 멘토 그 무엇도 아니었고 그가 간다고 해서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. 하지만 그는 떠나고 배웅을 한 이후 나는 벤쿠버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. 그 때의 YVR은 나에게 쓸쓸하고 슬픈 곳이었다. 나는 공항이 그렇게 슬프고 공허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. 나도 이렇게 슬프고 느껴지는 게 많은데, 나보다 그와 더 친했던 Sherin, Raghav는 얼마나 큰 감정을 느꼈을 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.